[스크랩] 시의 형식

2010. 8. 12. 11:41시인과 문학

 

     

          시의 형식*

  내가 시를 쓰는 법은 간단하다.

  시의 형식이 컵이라면 독자는 컵 속의 내용물을 마시는 것이다. 그렇다면 작가는 어떤 컵에 어떤 내용물을 담느냐에 따라 작품은 달라진다. 컵이 형식이라면 내용물은 작가의 정신이기 때문이다. 형식은 내용의 지배를 받는 관계이다.

  

  예를 들어 A라는 컵이 있다면 이 컵에 내용물을 무엇으로 채우는 것이 가장 좋을까를 생각한다. A라는 컵에 차를 담으면 그 차가 지닌 특성과 향과 맛 그리고 마시는 분위기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어떤 차를 타서 마실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A라는 컵에 차만 타라는 법은 없다. 그 컵에 꽃을 꽂아 어울릴 것 같으면 꽃을 꽂아도 좋다. 어떤 꽂을 몇 송이 어떻게 꽂아야 어울릴까를 먼저 생각 한다. 길게 꽃을 꽂을 것인가 짧게 꽂을 것인가 또 주지는 갈대로 꽂을 것인가. 꽃으로 꽂을 것인가. 흩어진 꽃들을 꽃꽂이 하듯. 독립된 언어를 끌어 모으는 작업이 필요하다.

  

  A라는 컵 속에 차를 담든 꽃을 꽂든 그것은 작가의 선택이다. 시를 창작 할 때는 짧게 길게 또는 전혀 낮 설게 긴장과 이완 부정과 긍정 과거와 현재시점을 넘나들며 중심 이미지와 보조 이미지로 언어의 질서를 잡아주기도 한다.

  

  A라는 컵에 커피를 타면 커피는 몇 스푼 설탕은 몇 스푼 타야 하는지. 꽃을 꽂으면 길고 짧게 몇 송이를 꽂아야 하는지. 이처럼 흩어진 개체를 끌어 모으는 것이 형식과 내용을 갖추는 시의 작업이다.

  

  잘린 꽃은 죽었지만 꽃꽂이를 통해서 되살아나듯 독립적인 언어가 시라는 형식을 빌리면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시를 쓴다면 독자로 하여 실제의 사물이 눈앞에 있는 것처럼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차를 타서 마시듯. 꽃꽂이를 하는 듯. 시를 쓴다면 누가 읽어도 쉽게 인식할 것이다. 혼자만 알고 쓰는 난해한 시는 감동을 주지 못한다. 읽는 사람이 어려워하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출처 : 시인과문학
글쓴이 : 아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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