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제목의 중요성

2010. 8. 12. 11:41시인과 문학

 제목의 중요성

                     글/ 김순남


  글에서 제목은 대단히 중요하다. 글이라는 물건을 독자에게 파는 것이 작가다 그러니 제목은 상점 간판에 해당된다고 본다. 또한 사람의 첫인상을 대면하는 것과도 같다. 첫인상을 보고 그 사람을 짐작하듯이 시에서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래 詩제목을 주목해 본다. 2006년 10월 말쯤 아래의 詩를 평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올라본 가을 산, 그 절정”이것이 그 시인이 내게 보낸 작품이다.


 =올라본 가을 산, 그 절정=


툭 터진 사방

애무로 자지러지게 하는

상큼한 바람


오르가즘처럼

오르르 차오르는 숨

몰아쉰 희열


네 몸 다준

널 끓어 안고

흠뻑 젖어 있다


울긋불긋

가쁘게 달아오른

애잔한 모습바라 본다.


  이시는 어느 문학카페에서 글쓴이가 평을 부탁하여 그 시인에게 아래와 같이 이메일을 보냈던 글이다. 그런데 그 카페에서 공식으로 공개한 글이라서 누구나 검색이 가능하기에 시인의 호를 삭제 없이 인터넷에 올라온 그대로 올린다.


  “올라본 가을 산, 그 절정“먼저 제목부터 설명이라는 생각이듭니다.

-가을 산- 이렇게 제목을 붙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가을 산으로 하여금 말하고 싶은 것을 구체적이고 명증하게 나타내야 하겠지요. 가을 산에 올라가서 울긋불긋한 최고조에 닿은 단풍을 보면서 사방으로 확 트인 산을 내려다  본다는 말을 하지 않아도 독자로 하여금 알 수 있도록 작가의 인식이 담겨 있다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려서 시의형식이 컵이라면 독자는 컵에 담긴 내용물을 마시면서 맛을 느끼겠지요. 컵에 담긴 내용물이 곧 작가가 담아내야 할 정신인 것입니다.


  시는 정신과 어조 말하자면 인식과 문장기법에 따라 잘 쓴 시 못 쓴 시가 되겠지요. 형식은 그림을 그리듯 하되 내용 즉 무엇을 인식하고 쓴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제가 잘 아는 시인은 가을 산을 보고 아래와 같이 노래했습니다.


천천히/ 잡목림을 내려오는 그의 영혼은/ 갈색이다/

생략

홀로 스틱을 짚고 가는/ 구부정한/ 뒷모습

생략

 

  청강선생님 저와 인연을 맺은 이상은 선생님께서 좀더 깊이가 있는 시를 쓰셨으면 해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가을 산에 올라가서 가을 산과 어떤 교감을 나누었는지. 구체적인 묘사를 했으면 합니다. 정상에 닿으면 특 터진 사방은 누구나가 아는 사실입니다. 남들이 다 아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인식하지 못한 것을 찾아내는 것이 작가의 몫이라고 생각 됩니다. 산을 나의 연인으로 생각 하셨으면 오르가즘 즉 절정에 이르게 되기까지의 행위(삶)가 있어야겠지요.


  그렇다면 왜 애잔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지를 독자들은 궁금해 하겠지요 간단하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선생님의 시 姸詩에서처럼 아름다운 시 한편이 별스럽지 않은 삶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지 않아도 독자가 알 수 있게 해야 하겠지요

 

  예로 본 위의 시처럼 가을 산을 보고 그 시인은 그의 영혼이 갈색이라는 말로서 늙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지팡이를 짚고 간다는 것 또 한 그렇고, 가을산은 그 시인에게 노인으로 인식된 것처럼. 청강선생님도 가을 산을 끌어안고 멋진 연인으로 노래해 보셨으면 합니다. 여기까지가 내가 보낸 글이다.

 


  시에서 제목이 시를 설명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시의 제목은 나를 소개할 때의 명함에 해당 된다고 보기에 복잡하거나 무미건조한 제목은 적합하지 않다. 독자의 눈을 붙잡아 둘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요즈음 독자는 작가보다 더 글을 잘 쓰는 독자가 많다. 수준 높은 독자의 입맛에 맞추려면 자신에 글에 심취하지 말고 다른 작가들의 글을 보면서 글의 성향을 살피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얘기이거나 다른사람이 이미 인식한 얘기가 아니라 자신의 독창적인 낯설게 하기에 도립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출처 : 시인과문학  |  글쓴이 : 아름 원글보기

출처 : 김순남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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