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自然과 詩 글/ 김순남

2010. 8. 12. 11:40시인과 문학

自然과 詩

            글/ 김순남


 모든 생명의 근원지는 자연이다.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순리다. 자연은 생명의 총체이자 원형이다. 자연을 모태로 하고 있는 것은 인간도 마찬가지 일 게다. 그런 까닭에 인간은 자연과 떨어져 살 수 없는 긴밀한 관계를 이루고 있음이다.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자연은 모방 대상이었으며 재현(재구성)해야 할 진정(진실)성의 척도가 되어 왔다. 자연은 우주적인 질서와 법칙과 순리에 따라 원형의 진실을 구현具現하고 있다.


 생명의 발아發芽이며 발현發現이고 소망素望의 노래가 詩라면 이런 의미에서  자연의 총체總體적인 역할을 하는 것도 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모방은 창작의 어머니다. 라는 말에 깊게 공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연을 통해서 모든 생명들의 기쁨과 슬픔과 고통과 아픔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하고 숨겨져 보이지 않는 것들을 끄집어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시인(시를 배우고자하는 사람)은 어느 누구보다도 자연을 먼저 사랑하고 자연에서 배워야 한다. 자연은 시를 쓰고자 하는 사람에게 어려운 설명 없이도 있는 그대로 모든 물음에 답을 해 준다.


 수많은 말로 아름답다. 예쁘다. 순결하다. 고귀하다. 여러 해석의 언어로서 그것을 이해하기보다는 길을 걷다가. 등산을 하다가. 혹은 다리를 건너다가 강가에서 화단에서 피어있는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 돌 하나, 풀  한포기에서 이모든 실체를 발견하고 느끼게 된다. 머리로서 이해가 아니라 체험으로 아름다움의 본 모습을 깨달을 수 있다.


 언젠가 김영랑시인의 생가에 가본 적이 있다. 석산이 활짝 피어있었다. 다른 이름으로 상사하라고 불리는 석산에서 느껴지는 슬픔과 고통과 그리움이 빨갛게 타고 있는 것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잎은 언제 죽었는지 없고 화상을 입은 듯한 새빨간 꽃이 긴 꽃술만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연은 기교를 부리지 않는다. 꾸밈없이 명증하게 스스로를 보여준다. 우리는 이런 아름다움의 본질을 보고 느끼고 배워야 할 것이다. 때 묻어 순수하지 못한 추하고 더러운 여러 모습을 맑고 아름답고 가지런하게 만들 수 있는 마음의 눈을 뜨고 순수한 빛으로 다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의 질서는 변하지 않는다. 자연은 늘 새롭게 생성되어진다. 작년에 오른 산이 오늘의 모습은 아니다. 산은 그대로 있데 산에 속한 모든 것들은 모습을 달리하고 있을 것이다. 열 번 백번 본 풍경이라고 틀에 박혔다거나 낡았다는 말을 하지는 않는다. 낡고 진부한 것은 사람의 생각일 뿐이다. 참새가 짹짹하고 운다고만 표현하는 것은 틀에 박힌 생각이다. 참새가 늘 다르게 울기도 하고 노래하기도 한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이라고 아리랑만 부르는 게 아니듯이 참새도 짹짹 우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자연은 늘 새롭게 노래하기도하고 울기도 한다. 눈으로 보이는 것만 아니라 소리를 들려주고 냄새를 맡게 해준다.  


 난 꽃에 대한 시를 많이 쓴다. 시골에서 태어나 자연과 뒹굴며 자랐기에 발과 손톱 밑에 흙물 들도록 키우기도 하고 밭에서 논에서 잡초라고 뽑아내기도 했다. 꽃에 대한 詩를 쓰는 것은 그냥 쓰는 것이 아니고 직접보고 관찰하여 느끼지 않은 것은 쓰지 않는다. 잘 알지 못하는 것을 잘 아는 것처럼 쓰는 것은 오만傲慢이다. 그리고 꽃 사진에 꽃 詩를 올리는 것은 도시에서 자연과 접하지 못하고 자라난 사람들에게 그 꽃을 알리기 위함이다.


 또한 꽃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관심을 바라기 때문이다. 인터넷 블로그를 모를 때는 사진을 찍지 않았다. 올 봄부터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에다 내가 쓴 시를 올리는 것은 초점을 맞추지 못해 사진을 잘못 찍었을 경우다. 난 사진을 잘 찍을 줄 모른다. 그래서 잘 나온 사진을 작가의 허락을 받고 빌려 쓴다.물론 출처도 확실히 밝힌다.

 

 시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나 시를 쓰고 있는 시인이나 타성에 젖어 있지 말고 존재의 발견을 하는데 최선을 순간순간에 다 해야 한다. 1995년에 발간한  시집"물은 저 혼자 흘러간다."에 양귀비(파파벨라)라는 시를 올린 적이 있다. 그 詩를 인터넷에 올렸다. 어느 날 검색에서 어떤 사람이 그 시를 표절하여 거의 비슷하게 써 올린 것을 보았다. 이미 오래전에 시집을 통해 발표한 글이기에 웃어넘기고 말았다. 자연은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서는데 일부 사람들은 표절로 식상하게 한다. 

 

 자연이 제 존재를 있는 그대로 보여 주듯. 시인은 시를 창작 할 때 자연의 참모습을 되살려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여기서 읽는 다는 것은 먹구름이 끼면 비가 올 것을 짐작으로 알듯이 사물을 꿰뚫어 바라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자연을 통하여 잃어버린 인간의 참모습을 되찾는 작업이 詩 짓는 일이기 때문이다.

출처 : 김순남시인
글쓴이 : 아름 김순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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