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편지
청향최경숙
춘풍이 불더니 다들 바람 났나보다
눈길 스치는 곳마다 까르르 까르르 꽃들이 피고
물소리 새소리 청아한 노래에
내 마음속에서 너도 슬금 슬금 살아난다
햇빛 들지 않는 응달진 곳에 방치해 두고
빗장 질러 가두어 두었던 퇴락한 기억이
연둣빛 새싹 나듯 쏘옥 쏘옥 돋아나서
은근슬쩍 손짓하며 부르고 있다
한때는 사랑이었다가 또 미움이었다가
이제는 아지랑이 같은 미련이 된 사연하나
하얀 낮달 같이 여위어만 가다가
봄빛에 해빙되어 스르르 풀어진 마음
빨간 우체통앞으로 달려가
남녘의 꽃향기 가득 담은 향기로운 편지를
떨리는 손으로 부치고야 말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