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거시기 한 무더기...

2014. 6. 28. 10:09살며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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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텃밭 옆 할머니

우리 텃밭옆에 조그만 공터에 채소를 가꾸는 할머니가 있다

연세 88세...

지팡이를 짚고 간신이 움직이는 모습이 지난해 보다도 많이 약해 지셨다

할머니...힘드실텐데 어떻게 다니셔...

응...채소를 워낙 좋아해서...

 

할머니 밭은 잡초가 무성하다

오이가 늙어도 애호박이 늙어도 대부분 그냥 있는 경우가 많다

다니는 길은 내가 잡초를 제거하지만 밭은 마음대로 하기도 그렇고 그대로 둔다

 

어제는

텃밭 입구에서 할머니를 만났다

잎넓은 풀잎을 띁고계신다

할머니 뭐 하셔유...

아... 이것좀 어떻게 해볼려구...

좀 후미진 곳이라서 누군가 급햇나 보다...큰것을 푸짐하게도 한무더기 해 놨다

순간 내 얼굴이 빨게진다...

그것을 보면서도 외면하고 지나첫는데...이 할머니...

불편힌 몸으로 그것이 보기흉해 풀로라도 덮으려는 것 같아 나 자신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아...할머니 어떻게 하실려고...

아..이거 갖어다 호박옆에 놔 줄려구...

그러고 보니...한손엔 신문지 한장이 들려저 있다

할머니...이걸 어떻게...

좁은길...70m는 가야 되는데...

 

우린 그냥 지나첬다...

우리 마눌왈...그러니끼...늙으면 죽어야 돼...

아니 이사람아...이것이 우리 어른 세대의 농심아닐까...

글쎄...뭐 그리 나쁘게만 볼일을 아닌것 같은데...

그래...나쁜일은 아니지...그 고정관념이 문제지...

 

오늘 그곳을 지나간다

그곳은 거시기가 말끔하게 치워저 있었다...

그리고 할머니 호박옆엔 거시기를 묻어준 흔적이 보인다

난...웬지 마음이 착찹하다

난 웬지...인생이라는 그방을 들여다 본다...

 

왜 왜 왜...마음이 편치만은 않은걸까...~~~

분명...좋은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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